
존경하는 서울공대 교수님께,
안녕하십니까? 김영오입니다.
지난 월요일 오전 저는 엄중한 마음으로 32대 학장후보대상자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지난 1년 서울공대 330여명의 교수님 거의 대부분을 두세 번씩 찾아뵈었던 경청의 시간이 제 발전계획서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서울공대의 청사진인 셈입니다. 어려운 시간 쪼개서 목소리를 내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제 청사진 이행의 ‘시작’만이 남아있습니다.
여러 고민과 숙의 끝에 저는 서울공대의 비전을 ‘수월(Excellence)’, ‘융합(Integration)’, 그리고 ‘창의(Creativity)’의 ‘수·융·창(修·融·創) 학문공동체’로 제안하였습니다. 이미 약속드린 성과목표 ‘2배의 발전기금, 3배의 복지, 5배의 교류, 10배의 홍보’를 달성하기 위해 저는 취임 ‘즉시 실행’하고, 정부와 산업계 등 ‘외부와 협력’하며, ‘내부에서의 대화’를 진작 시키겠습니다.
많은 교수님들이 서울공대의 위기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위기의 타파는 분노를 표출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내부에서는 서울공대만의 컨텐츠를 준비하면서, 외부와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추진전략을 가장 먼저 적용할 이슈는 R&D 예산 일괄 삭감과 의대 정원 확대로 무너진 이공계의 자긍심과 위상 살리기입니다. 취임 즉시 시작하겠습니다.
또 많은 교수님들이 서울공대 내부의 대화와 토론 부재를 언급하셨습니다. 첨단융합학부 참여, 해동첨단공학관 공간 배정, 제2학생회관 추진 등이 흘러가듯 진행되었다고 우려하셨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침체로 치부하기엔 너무 긴 시간입니다. 혁신이 멈춰있었습니다. 저는 여러 문제를 공론에 부치고 집단 지성을 통해 솔루션을 찾는 숙의 과정을 거치겠습니다. 몇 명이 모이든 한 달에 한 번 ‘열린 토론회’를 개최하여 교수님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겠습니다.
연초에는 대만과 러시아 대선이 있었고 연말에는 미국 대선이 있습니다. 다음 주면 우리나라도 총선 결과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한 지정학(geopolitics)과 지경학(geoeconomics)의 연쇄작용은 공급망 안보, 기후위기 전략, 국제시장 질서 등의 변화로 이어져 새로운 기술 생태계의 창출을 요구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먼저 준비하고 응전하면 앞서나갈 수 있습니다. 지난 2년과는 차원이 다른 서울공대의 리더십을 우리 사회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울공대 학장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보아야 합니다. 오늘을 넘어 내일을 보아야 합니다. 서울대학교의 혁신은 서울공대가 이끌어야 합니다. 감히 제가 서울공대 대전환의 시작점이 되겠습니다. 어깨가 무겁지만 제게 용기를 주신 330여명 서울공대 교수님이 계시기에 두렵지 않습니다. 서울공대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4월 3일
서울공대 32대 학장후보대상자 김영오 드림